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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인턴 | The intern (2015)

"뮤지션에게는 은퇴란 없대요.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안엔 아직 음악이 남아있어요."


오랜 직장에서 은퇴하고 동고동락하던 아내도 사망하고 자식들과는 떨어져서 노년의 삶을 즐기고 있는 벤. 은퇴 후 여러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젊은 사업가 줄리 오스틴이 경영하는 의류 판매 스타트업 회사에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정신없이 바쁘고 열정적인 줄리 오스틴에게 풍부한 인생 경험을 가지고 사려 깊은 70살의 벤은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젊은이에게 잠시 쉬어 주위를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짚어주는 노인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가.

 

"벤, 그 서류 가방은 언제 거에요?"

"1973년에 제작된 중역용 가방이야. 요즘엔 안 만들어."

"그거 정말 마음에 들어요"

"진정한 명품이야, 루이스.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40년간 이어온 직장생활에서 몸에 배인 습관. 오래되었지만 어디에나 자연스레 녹아드는 그 모습이 오래된 명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벤의 가방이 젊은 루이스의 눈길을 끄는 것처럼. 세대가 아무리 바뀌었다지만 직장에서 일에 임하는 자세,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은 바뀌지 않을 사실이다. 벤이 보여주는 그 모습은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모습인 거 같다.

 

아버지는 늘 "허리 꼿꼿이 펴라"고 말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비단 몸의 자세만 말씀하신 게 아닌 듯하다. 마음의 자세도 같이 생각하여서 말씀하신 거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물어볼 수가 없다. 그렇게 말씀하신 거라 생각하고 허리도 펴면서 내 마음도 곧게 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