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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 by 오후

마약에 대한 교양서다. 인간 역사에서 언제부터 마약이 사용되었고, 어떤 마약들이 만들어지고 현존하는지, 마약을 현대 사회에서 어떤식으로 취급하는지에 대해서 다소 가볍게 기술했다. 마약의 종류나 그 기원만 하더라도 이야기할거리가 엄청나게 많다. 그걸 일일이 다루기보다는 제목 그대로 '교양으로 읽는' 정도로 마약에 대해서 얕고 넓게 이야기한다. 마약 카르텔이나 네델란드의 마약 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 부분은 정말로 재미있게 봤었다. 책만 보면 아쉬울까봐 마약과 관련된 영화도 소개해놓은 것도 좋았다. 영화에 마약이 나오면 무슨 마약이 나오는가 알아맞추는 재미를 숙제같이 내준거 같은 느낌이었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도 관련된 영화들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약관련 영화를 보기 전 한번은 탐독해 볼 만한 책이라고 봐도 될것 같다.

 

책에서 마약의 역사나 종류, 그리고 마약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슈 말고 눈을 두어야 할 부분은 우리 사회가 마약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인 것 같다. 마약을 그저 터부시하기보다는 다소 열린? 입장(특히나 대마초 같은것들)에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마약을 비범죄화 한 네델란드의 이야기,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마약에 대해서 덜 강격한 입장을 가지고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강조한다. 브루스 알렉산더의 쥐 공원 실험의 예시를 들면서 결국은 마약을 할 사람은 하고 하지 않을 사람은 하지 않는데, 그것은 환경이 주는 영향이 크다는 것, 마약 사용이 무조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마약에 대해서 다소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던 네델란드도 경제적 문제, 양극화 등의 사회적인 문제가 커지자 마약 사용이 늘어난 것 처럼 결국은 마약중독이나 마약의 폐해란 것도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느냐에 따라서 그 심각도가 달라지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마약 중독은 개인 차원에서 심각한 위협을 준다. 한 개인의 삶이 말 그대로 '망가지는' 고속도로로 진입할 수 있게 만드니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치료해야 할 '질병'의 차원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맞긴 하다. 하지만 모든 마약 사용이 마약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하는 것, 정말 심한 마약중독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재활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약도 어찌보면 약이니 만큼 언젠가는 의료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될거다. 대마는 다른 국가에서는 여러가지 질환의 치료, 통증 조절에 사용되며 국내에서도 대마의 의료적 사용을 허가해달라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히로뽕, 즉 암페타민도 일부 국가에서는 ADHD의 치료에 쓰이고, 이를 변형한 메스암페타민, 비슷한 효과를 가지는 메틸페니데이트가 ADHD의 치료에 쓰인다, 비강 분무형 케타민이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대한 적응증을 받아 FDA의 허가를 받았고, 2020년에는 국내에 스프라바토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환각제로 여겨지는 psilocybin도 정신과 영역에서 우울증의 보조 치료제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결국은 시간이 흐르다보면 마약도 점점 쓰이게 될 것이 뻔한데, 그냥 위험한 약이라고만 생각하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으려는 것 보다는 위험하더라도 왜 위험한지, 그래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는 아는게 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