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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thought process

수능을 앞둔 고3을 위한 정신건강

올해 수능은 COVID-19 때문에 변수가 참 많은 수능시험이 되게 생겼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3들의 수험 여정 시작부터 험난했던거 같다. 전 학년들 중에서 등교일자가 가장 빨랐지만, 어느정도 등교하지 못하고 온라인수업으로 대체되었던 것, 수능 날짜도 미뤄진 것, COVID-19 방역을 위해서 마스크 착용에 책상 칸막이가 적용된 책상에서 시험을 치게 된 것 등이다. 편안하지 않은 환경에서 수능을 준비하고 맞이하게 된 것 같아 이번 수능을 치는 수험생들이 참 안쓰럽다.

 

수능을 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이 긴 글을 읽는건 시간낭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 읽기 싫은 사람은 아래 접은 글의 요약본만 읽고 가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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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소 적어도 6시간 이상의 수면시간을 확보, 6시 30~7시 사이에는 기상하기.
  2.  아침은 먹도록 하자. 단순당, 복합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채소 등 골고루 갖춘 편안한 식사로.
  3.  평소 안 먹던거 갑자기 먹지 말자.
  4.  카페인, 안정제 등을 쓰고 싶다면 평소에 미리 먹어보자.
  5.  불안, 긴장을 완화시키는 이완법(호흡법 등)을 미리 익혀놓자.
  6.  할수 있는데 까지 하고 나머지는 받아들이는 수용의 마음을 가지자.

수능을 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수험생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특별한 비법은 사실 없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늘 하던데로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것 뿐이다. 수험생 100명이면 100명 대로 100가지의 자기 페이스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보면 몇가지 공통되게 잡아줘야 할 부분들이 있다. 

 

<미생> 4권 54화 77쪽, 윤태호 글·그림, 위즈덤 하우스

 

지금부터 만들어야 할 최적의 컨디션을 위해서는 두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수면과 식사다. 수면과 식사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최적의 신체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인간의 인지능력은 적절한 신체상태가 밑바탕이 되어줘야 제대로 발휘될 수 있으니깐 말이다. 

 

수능시험 당일 입실이 8시 30분까지니깐 평소 수면 패턴을 대략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뇌가 잠에서 깨어서 제대로 활동하기 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니깐 기상 시각도 그에 맞추어야 한다. 수면시간은 한 최소 6시간 정도는 확보해야하니 12시 전에 자서 6~7시 사이에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수면패턴이 하루이틀만에 잡혀지기는 힘들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으니 너무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험생은 지금이라도 수능 당일에 맞게 수면시간을 조절하는게 좋을것 같다.

 

되도록이면 아침식사는 먹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좋다. 뇌의 신경세포들은 우리 몸의 총 에너지 중 25%, 즉 1/4을 사용한다. 그것도 단순당인 포도당의 형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능 당일 최적의 컨디션을 생각한다면 아침식사는 필수다. 이것도 평소에 아침 안 먹다가 수능 당일 아침 먹고 가면 속에서 안 받아줘서 컨디션과 리듬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아침에 부담되지 않을 양으로 단순당, 복합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채소 등이 적절하게 배합된 메뉴의 식사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당장 뇌에서 쓸 당을 위한 단순당, 점심시간 까지 천천히 지속적으로 사용할 당을 위한 복합 탄수화물을 고루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일 체력과 집중력을 위해 평소에 안 먹던 보약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안 먹는게 좋다. 지금은 늘 하던대로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먹지 않던 것 먹고 탈나면 안된다. 어찌되었건 아프지 않는게 제일 기본이다. 

 

평상시에 열심히 공부한다고 고카페인 음료를 자주 먹거나, 불안수준이 높아 안정제 등을 먹거나, 담배를 줄기차게 피는 수험생이 있을 수 있다. 그것도 평소에 하던대로 하는게 낫다. 카페인 섭취를 잘 안하던 사람이 1교시 직전에 텐션 올린다고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 쫙 들이키다가 심계항진(심박 상승, 가슴 두근거림)이라도 심하게 오면 불안감에 집중 못하기 일쑤다. 그리고 불안이 심하여 교감신경길항제(propranolol 같은 β차단제)나 안정제(benzodiazepine 계열)를 먹거나 먹을 예정인 사람도 미리 한번 먹어보고 졸리지 않는 적정한 용량을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적당한 긴장은 최적의 주의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불안과 긴장이 심하면 도리어 수행능력이 떨어진다. 불안하거나 긴장될 때 빨리 이완하는 나만의 방법도 미리 만들어보아야 한다. 당장 다른 방법을 쓸 수 없을 때를 대비하여 빠르게 이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완하기에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호흡법이다. 코로 숨을 2-3초 정도 천천히 들이마시고 입으로 3-4초 정도 천천히 숨을 내뱉는 심호흡이다. 이 심호흡을 복부를 이용하여 숨이 뱃속까지 들어간다고 상상하며 횡격막을 이용한 복식호흡으로 해준다. 여기에 조금 더 해서 들이마실 때 살짝 긴장했다가 내쉴 때 목, 어깨, 가슴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들이마실 때 불편한 느낌을 가슴에 잡아두었다가 내쉴 때 내놓는다는 상상을 하면 더 좋다. 이것도 평소에 해버릇 해서 익혀놔야지 안하다가 하려면 별 효과가 없다. 그외에 긴장을 풀어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이건 지금 시점에서 괜히 익히다가 시간만 낭비할 수 있으니 넘어가도록 한다.

"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Mike Tyson

누구나 자기가 계획한 대로 잘 될거라고 생각하고 산다. 하지만 그게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상황이든 간에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도 껴야하고, 불편한 칸막이도 써야하고 각종 방역규칙도 지켜야 하는데다가 갑자기 열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에 시험이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눈앞에 있는 시험지에 집중하며 하나하나 풀어가며 OMR에 제대로 기입하는 것이 시험 당일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며, 예상치 못한 일들이나 불편한 환경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 그건 그거 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수능을 치기 한해 전의 수능시험은 만점자가 60명이 넘게 나온 전형적인 물수능이었다. 그러다가 역대급의 불수능을 맞이했다. 언어영역은 너무 어려워서 지문 2개 정도는 채 읽지도 못하고 문제를 찍었고, 그 패닉 상태 그대로 수리영역을 치다가 시계를 잘못 봐서 문제도 놓쳤었다. 그 당황한 느낌을 떠올리려면 아직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그나마 정신줄을 붙잡고 '풀수 있는것만 풀고 나머지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쳐서 풀수 있는거라도 제대로 풀었던거 같다. 

 

어찌되었건 이번 수능은 여러가지 환경적인 면 때문에 수능 중에서 최악의 수능으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환경에서 치는거라 생각하고 너무 큰 부담 없이 시험에 잘 임하여서 만족할 만한 결과들을 다들 얻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