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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 정신과의사였던 내가 전기경련치료(ECT)를 받다.

Electroconvulsive Therapy Machine 1945-60.  Credit:  Science Museum, London Wellcome Images (CC BY 4.0)

ECT, 전기경련치료라고 부르는 이 치료법은 약물치료가 정신과영역에서 주된 치료가 되기 이전부터 정신과 질환 치료를 위해 널리 사용되었다. 1930년 후반 이탈리아의 Ugo Cerletti가 발명한 뒤로, Metrazol 경련요법, 인슐린 혼수 요법 등을 대체하여 경련을 유빌하여 정신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전세계에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하지만 전기자극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 경련을 일으킨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환자에 대한 처벌목적으로 사용되던 몇몇 병원들의 사례들 때문에 ECT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졌다. <뻐꾸기 둥지위로 올라간 새> 라는 소설, 영화에서 ECT가 부정적으로 그려짐에 따라서 한때 미국에서는 ECT가 금지되기도 했었다.

 


ps.psychiatryonline.org/doi/10.1176/appi.ps.72301

 

My Benefits From Electroconvulsive Therapy—What a Psychiatrist Learned by Being a Patient | Psychiatric Services

I always thought of myself as a good psychiatrist, actually a very good psychiatrist. I saw much improvement in almost all of my patients and could control each person’s symptoms with psychopharmacological medications and with psychotherapy, which I love

ps.psychiatryonline.org

2020년 11월 10일 Psychiatry Online에 게제된 글이다. 유능한 정신과의사로서 수십년간 일하였지만 ECT에 대해서 경험이 적었던 의사가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ECT를 받은 것을 소개하였다. 34년의 경력을 가진 정신과 의사 Rebecca는 8년 전 은퇴하여 현재 71세다. 그의 남편은 9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아왔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점차 기능이 떨어져가다가 1년 전 사망하였다. 남편의 사망 전 2-3년 간 Rebecca는 임상적인 우울증의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유부단해지고, 삶의 기쁨, 즐거움을 경험하거나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을 잃었으며, 회복력 자체를 잃어버렸다. 3가지 항우울제를 사용했으나 부작용 때문에 견딜수가 없어 효과를 보기도 전에 중단하였다. 정신치료를 받아가면서 얻은 병식도 있었지만 우울증이 실제 좋아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였었다. 일시적으로 좋아지기도 했지만, 남편의 사망 이후에는 병식이 아무리 있었지만 우울증이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비이성적인 생각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가족들이 Rebecca를 걱정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하도록 권유하였지만 동료들에게 자신이 이렇게 까지 쇠약해 진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입원을 거부하였다. 점점 심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가족들이 강권에 못 이겨서 입원을 하게 되었다. Rebecca를 담당한 정신과의사는 ECT를 권유하였다. Rebecca는 ECT에 대해서 들어왔고, 교육도 받았었지만, 그저 마지막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치료라는 정도로 치부하여서 ECT를 받으려니 거부감이 너무나 컸다. 담당 정신과의사의 지속적인 설득에 믿음을 가지고 받게 되었으며, ECT 3회 만에 우울증이 매우 빠르게 호전되었다. 삶의 즐거움, 동기, 의사결정 능력이 회복되었고, 회복력을 되찾았다. ECT는 마취 하에 실시되었기 때문에 실제 경련을 하였지만 경련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ECT 후 지남력 상실이 다소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나아졌고 이후로 어떤 부작용도 경험하지 못했다.

하물며 정신의학에 대한 지식이 충분한 정신과 의사라도 ECT에 대해서 망설이는데,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은 어떻겠나. 무작정 두렵고 그거 말고 다른 치료 선택사항을 없을까 하는 걱정이 들수 밖에 없을 것 같다.


youtu.be/-T0mwzXHgvI

다트머스-히치콕 병원 홈페이지에서 ECT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이다. ECT에 대해서 일반적인 수준에서 잘 설명해주고 있는 영상이다. ECT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과 의견, 그리고 ECT를 받은 환자들의 느낌과 소감, ECT를 시행하는 모습들까지 잘 나와있다. 국내에서 제작한 영상으로 좋은건 없을까?

youtu.be/CUSDlHUy8ec

 

찾아보니 닥터프렌즈 영상이 있었다. ECT왕자로 불리셨던 오진승 선생님의 설명이 정말 쉽고 유익하다. 전공의 시절부터 ECT를 그렇게나 많이 하셨다는데, 나중에 전문의로 일하시면서 ECT 첫 세팅도 다 하셨다고 하니 ECT에 대한 조예가 깊으신 듯 하다. 그 능력이 아까워보여 개원하신 의원이 잘 된다면 외래 ECT도 하시면 어떨까 싶은데 아마 개인클리닉에서는 좀 어렵지 않을까. 아쉽다.


내가 수련받던 병원은 ECT가 1년차 잡이라서 (개별환자에 대한 세팅은 각 담당의가 조절했다) 1년차 내내 동기와 돌아가며 아침마다 병동 환자들에게 ECT를 했다. 딱 한 케이스(심한 강박증이 동반된 우울증) 말고는 모두 우수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발병 후 아무것도 못하게된 심한 catatonia에다 NMS까지 온 젊은 조현병 환자도 드라마틱하게 회복되었던 사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치료가 안되는 우울증, 조현병 환자에게 ECT를 권유하겠냐고 물어보면 난 자신있게 그렇다 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나중에 우울증이 생겨 혹은 그보다 심한 질환이 생겨 ECT를 받아야 한다면 받으려 할까? 다트머스-히치콕 병원의 사례들을 보면 나이든 소아과 의사도 있었던데. 감정이 앞서느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일을 거절하는 어리석음을 그때 쯤에는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