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호프만 라 로슈(Hoffmann-La Roche)의 레오 슈테른바흐(Leo H. Sternbach)가 리브리움(Librium, 성분명 Chlordiazepoxide)을 개발하여 대박을 쳤다.(1969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이었다)
리브리움의 아성을 무너뜨린 약은 역시 최초의 벤조디아제핀(Bezodiazepine)을 개발한 슈테른바흐의 손에서 탄생하였다. 이 새로운 약은 1959년 개발되었는데, 리브리움과 비교하였을 때 약리 활성은 약 3~10배 정도였고, 독성도 비교적 매우 낮았다. 뒤이은 향정신성 및 기타 약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우수하였다. 이 약은 디아제팜(diazepam)이라는 성분명을 가지게 되고, 4년 뒤인 1963년 호프만 라 로슈 사는 디아제팜에 강하다, 건강하다, 잘 지내다 라는 라틴어 valere에서 딴 발륨(Valium)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였다.
선배격인 리브리움의 뒤를 이은 발륨은 1970년 후반까지 엄청난 양이 팔렸다. 1973년 매출액이 2억 3천만 달러(지금의 가치로는 약 10억 달러 넘게)가 넘었고, 1978년에 생산되고 소비된 발륨은 23억 개에 달했다. 1970년대 말 호프만 라 로슈 사는 레오 슈테른바흐가 만든 리브리움과 발륨 덕에 세계 최대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발륨(Valium) 알약에 찍힌 'V'라는 글자는 승리(victory)를 연상시키지 않았을까.
이전에 만들어진 다른 안정제들(밀타운, 리브리움 등)도 출시될 때마다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고(특히 밀타운은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발륨 또한 당시 문화적인 스타가 되었다. 각종 영화나 미디어에서 발륨을 언급하였다. 영화 Starting Over(1979)에서 주인공역을 맡은 Burt Reynold가 과호흡을 하자 그의 형이 "여기 누구 발륨 가진 사람 없나요?"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던 것을 보면 발륨이 어떨 때 사용되는지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했던 것 같다. 나중 Reynold의 인터뷰에 의하면 이 장면은 실제 있었던 일에 기반한 장면이었다고 한다. 영화뿐 아니라 노래에서도 발륨은 등장한다. 1967년 유명한 락밴드 Rolling Stones의 곡 "Mother's Little helper"에서, 비록 valium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지만, 당시의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엄마 서랍 속의 작은 도우미'는 발륨이라고 누구나 생각했을 것이다.(가사를 보려면 밑의 더보기를 참조하시라)
“Mother’s Little Helper” by The Rolling Stones
Composers: Mick Jagger and Keith Richards
Lyrics:
What a drag it is getting old
"Kids are different today," I hear ev'ry mother say
Mother needs something today to calm her down
And though she's not really ill
There's a little yellow pill
She goes running for the shelter of a mother's little helper
And it helps her on her way
Gets her through her busy day
"Things are different today," I hear ev'ry mother say
Cooking fresh food for a husband's just a drag
So she buys an instant cake and she burns her frozen steak
And goes running for the shelter of a mother's little helper
And two help her on her way
Get her through her busy day
Doctor please, some more of these
Outside the door, she took four more
What a drag it is getting old
"Men just aren't the same today," I hear ev'ry mother say
They just don't appreciate that you get tired
They're so hard to satisfy, you can tranquilise your mind
So go running for the shelter of a mother's little helper
And four help you through the night
Help to minimise your plight
Doctor please, some more of these
Outside the door, she took four more
What a drag it is getting old
"Life's just much too hard today," I hear ev'ry mother say
The pursuit of happiness just seems a bore
And if you take more of those, you will get an overdose
No more running for the shelter of a mother's little helper
They just helped you on your way, through your busy dying day
www.youtube.com/watch?v=x-zxBNz3XbM
가정주부인 여성들 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발륨이 인기였다. 특히 제트비행기를 타고 미국 여기저기를 다니는 사업가들의 시차 극복을 위해 자주 사용되던 발륨은 "Executive Excedrin"이라는 별명이 붙였다. (Excedrin은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스피린, 그리고 카페인이 함유된 복합제제) 1975년 미국 여성 5명 중 1명, 남성 14명 중 1명이 리브리움, 발륨 등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1970년 미국 내과 의사들의 18퍼센트가 정기적으로 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았을 때, 발륨은 누구나 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약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박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슈테른바흐는 또 다른 벤조디아제핀인 플루니트라제팜(Flunitrazepam, 상품명 Rohypnol), 클로나제팜(Clonazepam, 상품명 klonopin)을 합성하였다. 미국 내 벤조디아제핀 사용량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도 서서히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었다.
출처
pubmed.ncbi.nlm.nih.gov/24007886/
www.webmd.com/men/news/20080206/accidental-overdose-killed-heath-ledger#1
abcnews.go.com/Health/story?id=2982443&page=1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822183
표지 이미지 출처
theincubator.live/2016/11/18/valium-advertisement-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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