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안정제 리브리움(librium, 성분명 Chlordiazepoxide)의 개발

1950년대 후반 개발된 클로르디아제폭시드(Chlordiazepoxide)는 최초로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구조로 만들어진 항불안제이다. 이를 개발한 사람은 폴란드 태생의 레오 슈테른바흐(Leo H. Sternbach)다. 슈테른바흐는 1930년대 크라코브(Cracow)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의 일환으로 염료합성에 대해서 연구했다. 이후 취리히 스위스 연방기술 대학에서 루지츠카(1939년 노벨 화학상 수상) 연구실에서 일하다가 2차세계대전이 발발 하면서 미국으로 망명하여 뉴저지의 로슈(Hoffmann-La Roche)에서 화학자로 근무하였다.

 

1950년대 후반 안정제 밀타운(Miltown, 성분명 meprobamate)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자 로슈 사는 슈테른바흐에게 새로운 안정제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슈테른바흐는 당시 이미 알려진 클로로프로마진(Chlorpromazine)과 메프로바메이트(meprobamate)와는 다른 구조의 화합물로부터 새로운 약을 찾고자 하였다. 자신이 연구했던 염료 화합물이 클로르프로마진과 유사한 구조적 특징을 가진 것을 확인한 슈테른바흐는, 일련의 합성과정을 통하여 중간물질인 벤조헵톡스디아진(benzoheptoxdiazine)에서 여러 부위를 변형하였다. 형성된 중간 물질은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벤조퀴나졸린옥시드(benzoquinazoline oxid)였고, 여기에서부터 40개 정도의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했다. 하지만 정신질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 결과 이 연구는 다른 연구 과제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고, 미완의 상태로 남았다.

1957년 4월, 여러가지 다른 연구로 복잡해진 실험실에서 더이상의 합성 실험이 어려워지자 연구실 대청소를 해야했다. 합성물질 결정이 생기지 않은 액체들과 결정산물들을 폐기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보관했다. 그 중 연구원 한명이 발견한 어떤 가루(R0-5-090라는 명칭이었다)를 발견했는데, 합성된지 1년이 넘었어도 아직 테스트를 거치지 않던 물질이었다. 슈테른바흐는 별다른 기대 없이 검체를 실험실로 보냈고, 남긴 검체에서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정신질환 약 연구과제를 종결할 생각이었다.

 

1957년 5월 제약회사 로슈의 약리실험실에서 슈테른바흐에게 연락이 왔다. 예비실험에서 아주 흥미있는 결과를 보여주었다고하며, 대조군으로 설정한 메프로바메이트, 클로르프로마진, 페노바르비탈에 비하여 우수한 약리 프로필을 나타냈다고 하였다. 효과가 밀타운보다 10배나 강하고 운동기능이 뚜렷이 저하되는 부작용도 없었다. 자세한 실험을 통해 이 물질의 구조를 검증한 결과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임이 확인되었고, 이는 최초의 벤조디아제핀 약물이 되었다.

1958년 5월 15일 클로르디아제폭시드의 미국 특허가 출원되었다. 이후 환자 1만 6천명에 대한 임상결과를 토대로 1960년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허가를 얻었다. 로슈는 equilibrium 평정 이라는 단어에서 딴 리브리움(Librium)이라는 상품명으로 이를 발매하였다.(발매 전 슈테른바흐는 스스로에게 투여한 뒤 "무릎에서 살짝 힘이 빠지는 느낌과 몇시간 동안 조금 졸리긴 했지만 다른 부작용을 경험하지는 못했다"라고 했다)

 

1960년 1월 미국의학협회 저널에서는 리브리움이 불안, 공포, 강박, 긴장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발표하였으며, 다른 저널에서는 '불안 치료 약물 개발 사상 가장 혁혁한 진보를 이룬 사건'이라고 하였다. 출시 한지 3개월만에 리브리움은 밀타운을 대체했고, 1969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이었다. 의사들은 숙취, 소화불량, 근육통, 긴장, 초조, 신경증, 불안 등에 리브리움을 처방하였다.

 

출처: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199508N034

신경안정제 리브륨 | d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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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